난 세세한 것을 기억하는 능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어떤 사실을 접한 후 결론을 얻으면 과정과 근거는 잊는 편이라 남을 설득하는 것이 도무지 요령부득일 때가 많다.
그래서 상대가 내 말을 들을 의사가 애당초 없는 것 같으면 토론-사실 시간이 흐르면 거의 설전에 가깝지만-을 피한다.
그런데 이번 광우병사태를 보다보니 백보를 양보해도 아무리 입을 다물고 있으려 해도 이건 아니다 싶다.
작년 한 해 대통령 선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할 때 나도 처음엔 선거라는 축제에 같이 휩쓸리고 즐겁게 뛰어들었다. 그러나 선거 두 달여를 남겨두고 거대한 벽 앞에서 결국 입을 다물고 말았다.
나와 이야기 한 사람들은 대부분 종당에 이르러 '그래서 넌 이명박보다 노무현이 같은 게 더 낫다는 거냐?'였다. 물론 설전 뒤라서 말이 거칠어졌겠지만.
노무현도 아니고 '노무현이 같은 거'........또는 '저런 게 대통령이라고'.........
일당백으로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기운 빠지는 것인지. 그래서 슬그머니 말을 잘라 먹어야 했을 때 계백장군이 진정으로 존경스러웠다.
언론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우리 집은 신문을 조중 두 가지 받아보는데-도무지 조중동을 신문이라고 할 마음이 없지만 그래도 정보는 많아서......게다가 넘쳐나는 광고지가 공해이기도 하지만 그 또한 정보라서.- 그럼에도 받는 스트레스가 만만찮아 결국엔 끊었다.
국민을 바보로 알아도 너무 유치한 바보로 안다 싶어 아침마다 혼자 열 내고 흥분하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했다. 국민을 갖고 놀아도 수준 높게 갖고 놀면 감탄이라도 하지.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이렇게 주머니에 손 찔러 넣고 있지 않습니다.'하며 제스처를 취한 적이 있는데 그 장면을 크게 잡아 놓았다. 마치 국민들을 상대로 기자회견하면서 상당히 무례하게 구는 것처럼. 물론 기사를 다 읽으면 내용을 알겠지만 바쁘거나 이미 대통령 알기를 뭐처럼 아는 사람들 대개는 사진만 보고 지나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잔상만 남지 않았을까.
조선일보에서는 연극 한 편을 꽤 오랫동안-그렇게 오래 실을 줄 알았으면 날짜를 기록해 볼 것을........아마 한 달은 족히 될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것도 몇 꼭지씩이나 신문의 4분의 1을 할애해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적이 있었다.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었다고 하는데 난 안 봐서 모르겠고,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나도 나름 심각하다고 생각했던 터라 '아, 이런 연극도 있구나' 했는데 그래도 지나쳤다. 무슨 대단한 연극이라고 연극 한 편이 그리 오랫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올라온단 말인가.........어느 학교에서 단체 관람 왔다는 것까지 세세히 실렸었다. 제대로 열 받았다. 뭐하자는 건가........물론 이후로도 조선일보는 북한관련이라면 대대적으로 몇 날 며칠 이야기 했다. 그 안에 정부의 정책 따위는 없었다.
정책에 대한 비판은 없고 오로지 직설화법을 쓰는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를 침소봉대하기 바빴다.
노무현 대통령 편들자는 것이 아니다. 언론의 역할과 언론이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 결과 대통령 선거 때 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적어놓고 보니 우리 국민들 우매하고 나 잘났다 한 꼴이 되고 말았다. 돌팔매 맞기 전에 위 내용을 고쳐야겠으나 어쨌든 이명박 씨는 경이로운 숫자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 아닌가.
각설하고,
서울시장 재직시절 전시행정과 편법의 달인임을 여실히 보여주었고 서울시를 봉헌하고 거물급 인사 초대한 자리에 슬리퍼와 반바지를 입은 아들을 무대 위로 올려 사진까지 찍게 했던 이대통령이 과연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할 것인가. 무엇보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그의 도덕성이 걱정이었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대통령이란 중책을 맡으니 그래도 사명감은 생기지 않을까, 아니 생길 거라고 양보해도 사람들은 매순간 얼마나 기꺼이 팔을 걷어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믿을 수 없을 지경이 되면 우리 사회는 서로를 불신하는 일이 팽배하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결국엔 다 같이 잘 살자가 아니라 일단 나만이라도 잘 살고 보자는 분위기가 되어 같이 망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식이어서 그 결과가 차후에 가져올 폐해는 무시해도 좋은 것이 될까봐.
선거 기간 내내 경제를 살리자는 말에 가려 있었지만 그의 편법과 신뢰할 수 없는 말은 여전했다. 경제를 살려줄 것 같지 않았다. 70년대식 발상으로 밀어붙이고 '빡세게'일만 하면 된다는 그의 주장들은 연일 조중동에서 휘둘러대는 펜대의 위력을 타고 있었다. 정말 언론 무섭다.........
난 광우병소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 정부 인사였다고 업무보고도 받지 않으려 긴 시간 복도에 세워두었다가 겨우 복도에서 보고를 받는 현 정부 장관. 어쩔 수 없이 전 정부 장관을 빌려(말이 거칠긴 하지만 가장 적절하다는 생각에)쓰면서 정작 왕따를 시키고 어쩌면 하나같이 끼리끼리 노는 사람들. 그들은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국민이 조금이라도 안중에 있었을까.
짧은 기간 요동친 영어몰입교육-이것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얼마나 말을 바꾸었던지 적자면 정말 넌더리난다.
우열반편성-필요하다, 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이 정부에서 즉흥적으로 말을 바꾸어대는 것을 말할 뿐이다.-
경부대운하-국민을 정말 뭐처럼 알지 않고서야 이렇게 말장난할 수 없다.
의료보험제도와 상수도 민영화 등등 그 외에도 무수하다. 어제 말 다르고 오늘 말 다르고 내일 말 또 다를 것이다. 심지어는 영상기록으로 남아 있는데도 그런 말 한 적 없다..........와전되었다.........
설마 국민을 정말 바보로 아는 건 아니겠지? 쓰레기통에서는 장미꽃이 피지 않는다는 진리를 무너뜨리고 장미를 피워낸 국민들인데.......국민 알기를 너무 쉽게 아는 거 아닌가? 우리 그렇게 쉬운 국민들 아닌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조선일보조차 대통령에 대해 비난한다. 물론 좌파니 우파니 하며 그 끄트머리에 살짝 전 정부에 대한 비난도 끼워 넣어 형평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빨갱이라고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학생들이 시위하러 나오면 어른이 없다고 난리고 어른이 대부분인 지금은 역시나 배후세력이 있었다고 난리를 피우는 신문임에랴.
연초에 딸이 그랬다.
엄마는 이명박대통령이 탄핵 당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고....
완급조절을 하느라
새로이 선거를 한다는 것은 많은 문제점이 있으니 탄핵하지 말고 잘 타일러서 제대로 정치가 되도록해야겠지? 했더니
자기는 잘못하고 있으면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그럴 것인데 그럴바에는 선거를 새로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사실 내 속마음이 그 말이라 내색은 못하고
함 고민해보자하고 말았는데......지금은 무엇때문에 그렇게 주저했는지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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