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는 한 달에 한 번 벼룩시장을 연다.
각 가정에서 안 쓰는 물건을 갖고 나와서 파는데
딸은 여기 단골로 가게를 연다.
안 보는 책을 가져다 팔기도 하고 장난감 따위를 늘어놓고 호객 행위도 하면서
.....
그런 모습을 보면 참 우습고 기특하다.
이곳에 이사 온지 4년이 되었으니 꽤 오래 장사를 한 셈이다.
처음에는
돈 벌 욕심에 무쟈게 비싼 비디오 테이프를 단 돈 2000원에 덜렁 팔아버려 얼마나 황당했던지.
이것저것 팔겠다고 꺼내놓는 것 중에는 지금 쓰고 있는 것들도 많아 말려야했다.
때로는 그 자리에서 인형을 200원에 사서 300원에 팔기도 했단다.
장사의 묘미를 깨닫는 중.
벼룩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무척 싸다.
어지간하면 1000원 안짝이어서 2000원이면 푸짐하게 물건을 고를 수 있다
아이들은 딱지를 갖고 나와 팔기도 하고
어른들은 대부분 아이들이 커서 더 이상 못 입게 된 옷을 가져나온다.
어제는 올 해 마지막 벼룩시장이었다.
이제 봄이 되어야 다시 벼룩시장을 여는데
그래서인지 사는 사람도 적었고 파는 사람도 적어 잎 진 가을나무 같았다.
그래도
만화책이랑 손난로 같은 것을 제법 많이 들고 나갔던 덕에
딸은 돈을 제법 벌었다고 좋아라한다.
내가 꼬맹이들에게 구슬을 파는데 한 움큼 쥐어서 100원에 주니 딸은 아까워라며 야단이었다마는 어차피 집에 있으면 안 쓰는 것이니 그냥 줘도 된다는 생각이었지만 딸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장사꾼이 다 되었다.
나에게 돈을 빌려가서 이자까지 갚고 오빠에게도 1000원을 용돈으로 주었다.
언제까지 밖에 나가서 물건을 팔지는 모르지만-이제 중학생이 되니 체면(?)차려야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런 것은 개의치 않는 딸이니 팔 물건만 있으면 들고 나갈 것이다.-
물건 사고 팔고 흥정하고 가격 책정하고 하느라 딸은
제법 사람 상대하는 요령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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